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돈 룩 업’은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과학, 정치, 언론, 대중의 반응까지 현실 사회의 모든 요소를 날카롭게 풍자한 블랙미러와도 같은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영화 속 경고를 단지 픽션으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정보 왜곡, 사회적 무관심 등 영화 속에서 펼쳐졌던 수많은 요소들이 점점 더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돈 룩 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왜 이 영화가 지금 다시 회자되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후위기
영화 ‘돈 룩 업’은 천문학자들이 거대한 혜성 충돌을 예측하고 이를 사회에 알리려 하지만,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대중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그립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허구적 설정이 아닌, 기후변화와 관련된 현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현재, 우리는 폭염,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같은 이상기후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들을 단지 ‘일시적인 자연의 변덕’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 혜성 충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조차 가십거리로 소비되던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무관심은 가장 위험한 감정이며, 영화 속에서 과학자 랜들 민디와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끊임없이 외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합니다. 정치권은 혜성 문제를 다음 선거 이후로 미루며 현실을 회피하고, 언론은 과학적 진실보다 연예계 이슈에 몰두합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전문가들의 기후 보고서는 무시되기 일쑤이며, SNS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합니다. 결국 과학의 경고보다 자극적인 정보가 더 널리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정보는 넘치지만 진실은 외면받는 사회'라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무관심이 어떻게 재난을 가속화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고가 들리지 않으면, 행동도 일어나지 않으며, 결국 재난은 현실이 됩니다. '돈 룩 업'은 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점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영화 '돈 룩 업'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풍자
‘돈 룩 업’은 기후위기 외에도 미디어와 정치가 어떻게 위기를 왜곡하고 은폐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언론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위해 진실을 희화화하고, 정치인들은 지지율과 자금줄을 고려해 정책 결정을 내립니다. 과학적 사실은 오락거리가 되고, 거짓말은 선거 전략이 됩니다. 백악관은 혜성 충돌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는 말로 시간을 끄는 모습이 비칩니다. 이는 현실에서 정부나 기업이 과학적 경고에 대해 “검토 중”, “근거 부족”이라는 핑계로 대응을 미루는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 대통령은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의 모습을 띠며, 위기를 선동의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기술 재벌 ‘피터 이셔웰’은 혜성을 파괴하는 대신, 그 안에 있는 희귀 자원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는 이윤을 위해 인류의 생존까지 도박에 맡기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기업들이 ESG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환경파괴를 방치하거나 묵인하는 현실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는 진지한 과학 이야기를 농담처럼 다루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합니다. 이는 현재 미디어가 과학보다는 '재미'를 우선시하고, 사실보다는 '좋아요'와 '조회수'에 집착하는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자본이 결탁한 이 시스템 속에서 진실은 왜곡되고, 위기는 연기되며, 이 풍자는 단지 미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돈 룩 업’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며, 오히려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밀한 거울입니다.
틀에 박힌 시선
‘돈 룩 업’이라는 제목은 곧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입니다. 혜성이 눈앞에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자들은 “위로 보지 마”라고 외칩니다. 이는 진실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사람들에게 보지 말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캠페인은 ‘가짜 뉴스’나 ‘대안적 사실’이라는 명목으로 진실을 숨기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혜성이 실제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조차 사람들은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이는 집단적 외면과 선택적 무지, 그리고 정치적 선동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혜성'과 마주하고 있고,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양극화, 정치적 분열, 인공지능 윤리 문제, 가짜 뉴스 확산 등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외면하고 있는가?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소비하는 정보가 점점 편향적으로 맞춤화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은 정보만 보여주며, 이는 점점 더 사회적 소통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 사람들처럼, 우리는 '진실'보다는 '나의 신념을 강화시켜 주는 정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돈 룩 업’은 단지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해야 할 질문을 던지는 도구다. “나는 지금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나의 무관심은 또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가?”라는 자각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자각이 없다면, 혜성은 결국 우리 눈앞에 도달할 것이고, 그때는 너무 늦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영화 ‘돈 룩 업’은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실을 외면하고, 시스템에 안주하며, 당장의 안락함을 택한 인간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예언서이기도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이 메시지를 흘려들어서는 안 되며, 고개를 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진실을 마주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합니다. ‘돈 룩 업’은 단지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회피해 온 현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